1. 반복은 지루하지 않고, 더 깊어질 뿐
책을 다시 펴게 되는 순간, 깊어지는 이해
나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좋은 책은 단 한번 읽은 것으로는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넘겼던 문장이, 두 번째, 세 번째에는 전혀 다르게 와 닿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다시 펼쳐들때마다 분명 같은 책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책은 바뀌지 않았지만, 나는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해는 반복 속에서 자라고, 더 깊어진 이해를 통해 나의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사이 내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같은 책 반복해서 읽기는, 결국 책을 다시 읽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읽는 일이다.
2. 물음표의 기록들=나의 성장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질문이 생기면 여백에 메모를 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여서 짧은 코멘트를 적어둔다.
"이게 무슨 말이지?"
"여기서 왜 이런 결론이 나오지?"
.
.
.
그렇게 남겨둔 나만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 다시 책을 읽을 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어떤 질문은 이제 너무도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한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그 문장이 이제는 당연하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적어둔 기록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지가 보인다.
"아, 내가 이걸 몰랐던 거였구나!"
이 깨달음은 내 성장의 증거이다.
나의 엉뚱한 질문들은 성장을 말해주곤 한다.
책은 가만히 있었고, 나는 성장했다. 다시 돌아와 같은 책 앞에 섰을 때,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게 깊이 있는 독서가 아닐까...?
3. 놓쳤던 문장들과의 재회
한 번 읽었을 때는 아무 감흥 없이 지나쳤던 문장이, 두 번째에는 이상하리만치 가슴을 때릴 때, 새로운 통찰을 줄 때가 있다.
같은 책 반복해서 읽기는 같은 문장을 새롭게 만나는 일이다.
책은 그대로인데, 내가 다르게 읽는다.
나는 이미 그 문장을 지나온 사람이고, 그 경험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새에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4. 책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나는 달라졌다.
이제는 책을 처음 읽을 때보다, 다시 읽을 때 더 설레기까지 한다.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깊이 있는 독서의 기쁨을 느낀다.
매번 자란 생각과 깊어진 경험을 가지고 책 앞에 앉기 때문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가를 책이 알려준다.
매번 새로운 나로서 같은 책을 만난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하고 덮어둔 책이 있다면, 다시 펼쳐보기에 좋은 시간은 지금이다.
책은 아마,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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